세션카드는 살구님 작업물입니다. 무단재배포 및 수정을 금합니다.
시나리오 열람 전 통합 공지를 정독 부탁드립니다.
시나리오의 개요
시나리오의 정보
-현대 대한민국 지방 도시 배경
-MPC와 PC에게 약간의 백스토리가 존재합니다. 진행자분은 진상 확인 후 관계에 맞게 관계 빌드 바랍니다.
-추천 MPC 성향 : 성격은 크게 타지 않습니다만 PC를 짝사랑 하는 쪽을 추천합니다.
-추천 PC 성향 : 지나치게 냉정하고 이기적인 타입은 진행 어려우며 선한 쪽을 추천합니다.
-추천 관계 : 이루어지지 못한 어린 날의 짝사랑 상대, 소꿉친구
-비추천 관계 : 혐관의 경우 해피엔딩을 보기 어렵겠습니다. 피 터지게 싸우고 싶다면... 혐관도 추천합니다.
자작룰 사용 방법
본 시나리오에서는 <관측, 힘, 추리, 촉, 민첩> 각 다섯개의 항목을 사용합니다. 다섯개 항목의 합이 20이 넘지 않도록 분배 바랍니다. 추가로 항목의 최소값은 1로 고정됩니다. 각 항목에 주어진 값을 보정치로 하여 다이스를 굴립니다. 매크로를 사용하면 보다 수월합니다만, 사용법을 모르시는 경우 해당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셔도 시나리오 진행은 가능합니다. 2d5+(기존에 설정한 항목의 값)의 결과가 일정한 숫자를 넘었을 때, 성공으로 간주합니다. 아래로는 각 항목별 설명이 이어지니, 스탯 분배 전 플레이어에게 고지 바랍니다.
스탯 이름 |
설명 |
관측 |
무엇인가를 자세히 살필 경우 |
힘 |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거나, 강제적인 근력 사용이 필요할 경우 |
추리 |
발견한 정보들을 조합하거나 상황을 추측할 경우 |
촉 |
여섯번째 감각으로, 기적과도 같은 일을 행할 경우 |
민첩 |
공격을 회피하거나 장애물을 피할 경우 |
판정은 플레이어가 원할 때마다 가능하며 힌트의 여부는 각 탁에 맞게 조절 바랍니다.
아래로는 시나리오의 진상이 이어집니다.
플레이어로 시나리오 진행을 원하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시나리오 진상
MPC와 PC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 함께 놀던 사이입니다. PC는 아주 어릴 적 고향을 떠난 설정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도시에서 10년 이상 살다 온 설정 바랍니다. 권장하는 건 20년이지만요! 유성애는 각 탁의 취향에 따라 가감해주세요. 하지만 어린 나이 고향을 떠난 PC는 자연스레 MPC를 알아 볼 수 없었고, MPC 또한 PC를 알아 볼 수 없었습니다.
MPC는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개요에서 확인할 수 있듯 PC는 지친 나날의 연속에 휴식겸 어렸을 때 떠나온 고향에 방문하게 됩니다. 서울까지 PC를 데리러 온 가족(혹은 PC 본인이 운전해서 온 설정도 괜찮습니다.)의 차 안에서 새벽 도로를 감상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 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합니다. 반대편에서 오던 덤프트럭 운전자가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넘어 PC가 타고 있는 방향으로 미친듯 질주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운전하고 있던 PC(혹은 PC의 가족)는 핸들을 꺾을 수밖에 없었고 운명처럼 그 자리에는 MPC가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맨몸으로 차량을 받아낸 MPC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사고의 여파로 PC의 차에 타고 있던 전원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으며 천운이 따른 걸까요? 다행스럽게도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한 달의 시간이 흘렀고, PC는 겨우 죽음과도 같은 깊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하지만 PC의 기억은 사고 전, 그러니까 서울에서 고향으로 출발하기 전에 멈춰 있었고 PC의 가족은 이를 숨기기로 합니다. 그야 알아봤자 좋은 일도 아닌 걸요. PC가 깨어나기 전 이미 MPC의 가족과 합의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MPC의 집은 가난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일이었죠. 사고 이후 PC는 깨어났지만 MPC는 어째서인지 깨어날 수 없었습니다.
몸에서 튕겨져 나온 MPC의 생령은 사고가 났던 그 자리에서 멈춰있었고 자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게 되었습니다. 나는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몇살이고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지... 영혼인 상태로 PC가 깨어나지 못한 한 달 동안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MPC의 마을에 수련을 위해 찾아온 무당은 우연히 도로에 우두커니 방치된 MPC를 발견하였고 안타까운 마음에 한 가지 도움을 줍니다. 너는 네 이름, 나이, 죽은 이유를 알아야만 성불 할 수 있다고 말이죠. 무당은 신기가 흐려진 상태였고 생령과 사령을 구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무당의 도움과 동시에 자신이 죽었다고 오해하게 된 거죠. 하지만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던가요.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몸을 되찾는 방법과 성불하는 방법은 같은 형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하지만 도로에 발이 묶인 MPC는 아무 것도 알아낼 수 없었고 이대로 지박령이 되는 건가 싶었던 그 날, 유체이탈로 마을을 돌아다니던 PC를 만나게 됩니다. 이건 마지막 기회라고, 내가 성불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나머지 뒷 이야기는 아래 시나리오 본문에서 이어집니다. 아련한 여름날의 첫사랑과의 재회를 즐겨주세요!
추천 BGM
1. 기나긴 꿈 https://www.youtube.com/watch?v=nKwfgs5FtIE
1-1. 유체이탈 https://www.youtube.com/watch?v=u_26EkSB42Q
2. 추억은 비눗방울을 타고 https://www.youtube.com/watch?v=VM3vMde-e-0
3. 밤과 학교 조사 https://www.youtube.com/watch?v=dq4Rr5Wh6XY
3-1. 밤과 학교 귀신 https://www.youtube.com/watch?v=NEhOvYGAwzk (이거 썸네일이 조금 무서워요...)
4. 잊어서는 안 될 이름 https://www.youtube.com/watch?v=Tr72T3zFPGE
4-1. 꿈 https://www.youtube.com/watch?v=O9djidzgyE0
5. 기억의 조각 https://www.youtube.com/watch?v=FXgoEUMZaeU
6. 달빛 아래 산책 https://www.youtube.com/watch?v=MEsxVXPGgq4
7. 외로운 해바라기 https://www.youtube.com/watch?v=LG_QSlxPZfs
8. 검은 달 파란 하늘 http://youtube.com/watch?v=KXavqUUIl6I
9. 해바라기의 꽃말 http://youtube.com/watch?v=GrSjUMXwsag
10. 한 밤의 칸타타 https://www.youtube.com/watch?v=lXDEbB5mHjo
10-1. 마지막 산책 https://www.youtube.com/watch?v=edtPURcdT30
엔딩 0. https://www.youtube.com/watch?v=uc38csQbpiE
엔딩 1. http://youtube.com/watch?v=K_4HGh7Hh7w
엔딩 2. http://youtube.com/watch?v=MkXfT5oIfaU
엔딩 3. 엔딩 전반부~간호사 등장 전 https://www.youtube.com/watch?v=nhd1lX0QYp8
간호사 등장~에필로그 전 https://www.youtube.com/watch?v=n1h_onX-tcE
에필로그 https://www.youtube.com/watch?v=Q5o3-H5sfAg
엔딩 4. http://youtube.com/watch?v=Gm-X7KBBacM
시나리오 본문
1. 기나긴 꿈
맑은 하늘, 뜨거운 햇살... 그리고 태양보다도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 아이. 여긴 어딘가요. 손을 내려다 보면... 크기가 작네요. 다시 주변을 돌아보니 평소에 보던 풍경보다 낮은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린 아이가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해바라기 밭을 달리고, 바람은 시원했던가요.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한참을 달리던 아이는 한 자리에 멈춰서곤 다시 한 번 당신을 향해 웃어보입니다.
"PC."
"몸이 멀어져도, 마음만 닿아있으면 바로 옆에 있는 거랑 마찬가지래."
"좋아해. 좋아해, PC. 나중에 다시 만나자. 내 이름 잊지 마?"
네 이름이 뭔데? 당신이 무어라 입을 떼기도 전 세상이 까맣게 어두워지더니... 금방 환해집니다. 눈을 깜빡이면... 아, 여긴 병원이군요.
그랬었죠. 당신은 고향으로 내려오던 중 사고를 당했고 눈 떠보니 병원이었습니다. 사고도 한 달은 더 지난 이야기라고 했던가요. 여러 검사를 마친 PC는 이제 일주일이면 퇴원하게 됩니다. 가족들은 지루한 병원 생활에 고생했다며 PC의 어깨를 두드려주었지만 글쎄요. 지루했던가요? PC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취미가 있습니다. 묘한 웃음을 지었던가요, 혹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나요. 어찌 되었든 가족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온전한 밤이 PC를 감쌉니다.
병원에 고요한 밤이 찾아왔습니다. 침대에 누운 PC는 눈을 감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으며 눈을 뜨면... 아, 오늘도 성공이군요. 유체이탈 말입니다. 무너질듯 뻐근한 다리도 공중에 떠다닐 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PC의 모습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요.
PC에겐 하늘이 바다고, 바다가 하늘입니다. 상쾌한 공기가 뺨을 감쌉니다. 발 아래에 세상을 둔 소감은 어떤가요? 이 때 아래를 내려다 보면...
<관측 판정 후 8 이상 성공>
성공 : 저 아래, 도로가에 무엇인가 보입니다. 한적한 지방 도시라 이 시간에 누가 나와있진 않을텐데... 자세히 다가가 살펴볼까요?
실패 : 뭔가 있나요? 아닌가... 돌? 사람같기도 하고... 이러나 저러나 신경쓰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진행 정보 : MPC입니다. 최대한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유도 바랍니다. 또한 PC가 MPC의 이름을 알아내기 전까진 저널 이름을 유령이나 ??? 등으로 설정해 실제 MPC의 이름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 바랍니다.)
(가까이 다가갈 경우)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사람입니다. PC의 또래인가요?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사람은 고개를 들어 PC를 마주봅니다. 지나치게 창백해보이는 피부... 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입술.
"너... 내가 보여? 내가 보이는 거지?"
설마가 역시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이를 어쩌지, 그냥 도망칠까 고민하던 사이 PC의 손을 잡은 사람, 아니 유령은 간절한 눈으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제발 내 이야기를 들어줘."
귀찮은 일에 엮이기 싫어 찾아온 고향에서 가장 귀찮은 일에 휘말릴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듭니다. 우선 이야기라도 들어볼까요?
결국 도로가에 앉은 PC는 유령의 이야기를 듣기로 합니다.
(진행 정보 : 간단한 RP 시간입니다. RP를 통해 PC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MPC가 현재 알고 있는, 그리고 전해야 하는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대화 예시>
- 웃기는 소리 같겠지만 나는 지금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다.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지, 내가 몇살이고 내 가족은 누구인지, 심지어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 확실한 건, 나는 죽은 사람인데 이 지긋지긋한 도로에서 벗어나 성불을 하기 위해서는 이름과 나이, 그리고 죽은 사유를 알아야 한다.
- 언제부터 이 도로에 묶여있었는지 모르겠다.
- 나는 성불이 하고 싶다. 네 발 끝에 달린 끈을 보니 유체이탈 한 것 같은데... 낮에도 밤에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네가 나를 도와주면 안 되겠나? 그럼 이 은혜는 저승에 가서도 잊지 않겠다.
- (만약 거절할 경우) 그럼 나는 여기서 너를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놔주지 않겠다. 해가 뜨기 전까지 네 몸에 돌아가지 못하면 너도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진행 정보 : 협박을 섞어서라도 최대한! MPC를 돕는 쪽으로 유도 바랍니다. 그래도 거절하는 PC가 있거든... 엔딩 0번으로 진행 바랍니다.)
(RP가 끝난 후) 언제부터 자신이 여기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그를 그냥 지나치기엔 안쓰러운 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 탓에 흔쾌히, 또는 어쩔 수 없이 승낙한 PC는 앞에 앉은 유령을 바라봅니다. 어찌 됐든 도와준다는 사실이 고마운 건지 PC의 손을 잡고 연신 고맙다 고개를 숙이는 유령의 모습은 안쓰럽고 또... 안타깝습니다. 생을 다한 사람은 저승사자가 데리고 간다더니. 역시 세상에 그런 건 없는 걸까요?
그나저나 뭘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 걸까요. 이름과 나이, 사망 원인을 알아내달라니... 그치만 이 땅은 넓고 유령은 어느 지역 사람인지 모르는 걸요? 그런 생각을 하는 PC의 머릿 속에 들어왔다 나가기라도 한 모양인지 유령은 말을 잇습니다.
"걱정 마.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난 이 지역 사람같아. 여기 말고 다른 곳은 상상도 되지 않고... 네가 들으면 웃긴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난 여기 사람이야."
"병원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넌 이 근처 대학 병원에 입원 했나 보지? 네가 이 지역을 떠나기 전까지만 부탁할게. 그 때까지만이라도 나를 도와줘."
머리가 복잡합니다. 어쩌다 이런 유령을 발견 해서는. 하지만 낮에도 밤에도 딱히 할 일이 없는 PC는 결국 약속 하고야 맙니다.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고.
도와주겠다는 말을 들은 유령은 환하게 웃어보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곧 동이 트겠다며 서둘러 PC를 돌려 보내는 유령입니다. 그 자리에 홀로 우두커니 서 PC를 바라보는 모습은... ... ...
눈을 뜨면 다시 병원 천장입니다.
2. 추억은 비눗방울을 타고
가족을 통해 사복을 전달 받은 PC는 기분 전환 겸, 몸에 이상도 없으니 마을 구경을 하고 싶다며 외출에 나섭니다. 실로 오랜만인 한 낮의 외출에 마음이 어찌 됐든 들뜨는 것은 사실입니다. 유체이탈 했을 때와 달리 조금은 묵직하게 느껴지는 발걸음이네요. 병원복을 벗고 병실을 나가기 전 간단한 조사가 가능합니다. 1인실을 사용중이네요. <침대, 협탁, 창가, 냉장고>를 살필 수 있습니다.
<침대>
PC가 하루의 절반 넘는 시간을 보내는 침대입니다. 하얀 시트는 어떠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네요. 베개와 얇은 담요만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없네요.
<협탁>
침대 옆 협탁입니다. 서랍을 열어보면 볼펜과 수첩이 굴러다닙니다. 수첩을 살펴볼 경우, 낙서만 가득하며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찾을 수 없습니다. 다음 칸을 열어보면, 오. 이건 쓸모 있을지도? 밀짚모자입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를 그냥 걸어 다니는 것보단 챙기는 게 나을 것 같네요. PC는 어떻게 하나요?
<창가>
PC의 병실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창가입니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창문을 타고 병실을 밝힙니다. 밖을 살펴보면 어린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습니다. 잠자리 채를 들고 있는 아이도 있고, 밀짚모자를 쓴 아이도 있고 얌전히 앉아있는 아이도... 그리고 해바라기 꽃을 한아름 안고 가는 아이도 있네요. 병문안이라도 온 걸까요?
<냉장고>
PC의 병문안을 왔던 사람들이 채워 놓은 걸까요. 갖가지 시원한 음료수가 가득합니다.
병실을 가볍게 다 둘러보았습니다. 더 살필 것은 없네요! 이제 정말 외출입니다.
기억을 찾아 주겠다 약속은 했지만...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걸까요? 이름과 나이와 죽은 이유라니... 병원을 나온 PC는 정처없이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복잡한 머리와는 다르게 길거리는 한적하고, 그늘 아래를 지날 때 몸을 감싸는 바람은 시원하기까지 합니다. 하, 이렇게 걷기만 하다간 그저 정말 산책이 될텐데요. 어떡하면 좋을까 싶던 찰나, 눈 앞에 고등학교가 보입니다. 잠깐... 고등학교?
<추리 판정 후 12 이상 성공>
성공 : 유령은 이 동네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이 동네의 고등학교라고 하면 여기 뿐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요? 고등학교 도서관엔 으레 졸업 앨범을 보관 하곤 하니까요.
실패 : 음, 학교 선생님들이라면 뭘 알고 있지 않을까요? 일단은... 어른이잖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여름 방학이고, 또 졸업생도 아닌 외부인을 내부에 들여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여름 보충 수업을 진행 중인지 몇몇 학생들이 보이네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교문을 수위 아저씨가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 없어요. 그야 PC는 밤에도 움직일 수 있잖아요? 지금은 그냥 지나치기로 하고 다른 형태로 학교에 방문하기로 합니다.
만약 저 학교에서 유령의 이름을 알아낸다면 졸업년도를 보고 나이까지 추측 할 수 있겠죠? 생각보다 일이 금방 해결될 것 같네요. 고등학교를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면...
아, 여기는 PC가 다녔던 초등학교입니다. 저학년 때 이사 가게 되어서 졸업은 하지 못했지만요. 외부인 출입 가능 시간인지 운동장을 도는 사람,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 등 초등학생이 아닌 사람들, 즉 성인들도 보이네요.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들어가 보기나 할까요?
신발 아래서 부서지는 운동장 흙먼지가 기분 좋게 다가옵니다. 예전엔 가장 작은 철봉에도 손이 잘 닿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가장 큰 철봉도 손 쉽게 손에 닿네요. 미끄럼틀을 타고 뛰놀기도 했으며, 운동장에 선을 그어 땅따먹기도 했었고... 동네 아이들과 축구를 했던 것도 같습니다. 어린 날의 추억을 회상하니 마음 한 켠이 몽글거리네요. 그 때 같이 놀던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지금은 이름은 커녕 얼굴조차 기억 나지 않지만. 슬슬 자리를 옮길까 하던 차에... 누군가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봅니다. 시선이 느껴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웬 시커먼 남자 하나가 당신을 보다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학교 밖으로 멀어지네요.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담?
(진행 정보 : MPC와 동네에서 어울리던 친구입니다. 그의 직업은 형사입니다.)
점심 먹고 늦게 나온 탓일까요? 곧 저녁 식사를 할 시간입니다. 걷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이제 병원으로 돌아가는 편이 좋겠어요.
노을진 거리를 걷고 있으면 괜한 감상에 젖습니다. 당신은 지친 일상이 싫어 고향을 방문하기로 했죠. 뜻밖의 사고에 휘말리고 그보다 더 귀찮은 유령까지 만났으니 서울에 있을 때보다 상황은 안 좋게만 흘러 갑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죠. 당신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이 귀찮은 일들이 전부 여름 밤의 꿈이었으면 싶습니까? 대답이 어떻든, 이 곳이 현실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병실에 돌아와 다시 병원 복으로 갈아입고, 공용 샤워장에서 씻고 나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소등 시간입니다. 잘 시간이네요. 잠이 들면 고등학교에 들려 졸업앨범을 살펴보고 비슷하게 생긴 누군가를 찾는다면 유령에게 이름과 나이를 가르쳐 줄 수 있겠네요. 어둠이 PC의 눈꺼풀로 스며듭니다. 밤 하늘에서 다시 만나요, PC.
3. 밤과 학교
감은 눈을 다시 뜨면, 아 이 광경도 이제는 익숙해진 걸까요. 병원 침대 위에 누워 잠든 PC, 당신의 모습이 눈에 가득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죠. 어서 학교로 가봅시다.
싸늘한 밤 공기는 어떤가요? 가벼운 두 다리로 밤하늘을 가로질러 날고 있는 PC의 모습은 어떨까요. 유난히 달이 밝은 밤입니다. 까만 하늘을 달려 도착한 학교는... 어쩐지 으스스하게 느껴지네요. 그야, 학교는 늘 사람이 넘치는 공간이니 이 상황이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방해 하는 사람도 없으니 한 번 출발해 볼까요?
중앙현관으로 보이는 1층에 들어서면... 엄마야 깜짝아! 큰 전신 거울이 PC를 맞이합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조금 섬뜩한가요? 지금 거울 볼 시간은 아니니 지도부터 찾아봅시다.
<관측 판정 후 13 이상 성공>
성공 : 무난하게 거울 옆에서 학교 지도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디 보자... 1층엔 교무실, 보건실, 수위실, 과학실, 화장실 정도가 있네요. 2층으로 올라가면 중앙 도서관과 미술실, 그리고 교실들이 줄지어 위치합니다.
실패 :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네요. 뭔가 불을 밝힐만한 게 없을까요? 흠...
(진행 정보 : 관측 판정 실패의 경우 촉이나 재판정으로 라이터 오브젝트를 발견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1층 조사를 원하는 탁은 즉석에서 개변이 필요합니다. 이전에 추리 판정에 실패한 탁은 여기서 한 번 더 판정 후 졸업 앨범까지 생각이 닿도록 도와주세요!)
좋습니다. 2층에 중앙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동만 하면 되겠네요. 계단을 타고 이동합시다.
스산한 학교를 걷고 있습니다.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는 게 분명한데 어디선가 자꾸 끼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착각이겠죠? 괜히 소름이 돋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잊고 있었던 괴담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12시가 되면 학교 운동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움직인다든가, 억울하게 죽은 학생 원혼이 떠돌아다닌다든가...
PC가 고향을 떠나지 않고 계속 잔류했다면 아마도 이 고등학교에 입학해 졸업했겠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거닐다 보면, 도서관 앞에 도착합니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보면 크기가 엄청 크진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것 같네요. 그리 크진 않다고 해도 여기서 언제 졸업 앨범을 찾죠? 우선 앨범이 있는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촉 판정 후 8 이상 성공>
성공 : 보통 졸업 앨범은 이렇게 후미진 곳에 뒀었죠? 가장자리 위주로 살펴보니 어렵지 않게 앨범을 찾아냈습니다. 당장 올 해 졸업한 사람들부터 잘 정리되어 있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찾아볼까요?
실패 : 대체 어디 둔 걸까요. 감이 전혀 오지 않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샅샅이 뒤져보는 수밖엔! 어디 있는 걸까 한참을 헤매다 결국 후미진 곳에서 졸업앨범을 보관해둔 책장을 찾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는 것 같네요... 아이고, 삭신이야.
(진행 정보 : 3번 챕터에서 MPC의 이름을 바로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얼굴이 익숙한 것도 아니고, 기억에 의존해 찾다 보니 시간이 꽤나 걸리네요. 이렇게까지 했는데 못 찾으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이 앨범엔 없는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앨범을 살펴봐야겠습니다. 전년도 앨범을 찾으려는데 누군가 보고 있네요. ... 잠깐, 누가 보고 있는 거죠? 교복을 입은 여자 아이가 앨범을 보다 PC의 시선을 느낀 건지 고개를 들어 웃어 보입니다. 입이 귀까지 찢어져선 보기만 해도 섬뜩하네요. 몸이 얼어 움직일 수 없을 것 같던 그 때, 무어라 속삭입니다.
"... 줘,"
뭘 달라는 거죠? 앨범?
"... ... 을 줘..."
몇번을 다시 들어보니 이제야 선명하게 그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네 몸을 나한테 줘."
그러니까 지금... 몸을, PC의 몸을 달라고 하는 건가요? 확실히 지금은 영혼인 상태이니 평소라면 보지도 못했을 귀신이 눈에 보이는 것 같네요. 교복을 입은 귀신은 찢어진 입을 쩌억, 하고 벌리더니 PC를 향해 다가옵니다. 피해야 해요!
<민첩 판정 후 8 이상 성공>
성공 : 순간적으로 몸을 확 틀어 귀신을 피했습니다. 도로가에서 만난 유령과는 다른 분위기예요. 본능적으로 저것에게 잡히면 안 될 것 같다고 느낍니다.
실패 : 생전 처음 보는 존재 때문인가요. 몸이 딱 굳어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PC가 몸을 틀어 입을 쩍 벌리고 다가온 귀신을 피합니다.
히죽거리며 PC를 향해 다시금 천천히 다가옵니다. 여긴 위험해요. 적어도 오늘 찾기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보면 될 것 같았는데... ... ... 우선은 후퇴하는 게 좋겠습니다. 어서 몸으로 돌아가요.
(진행 정보 : 만약... 끝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는 PC는 갑자기 몸을 깨우는 외부인 때문에 강제로 몸으로 복귀시켜 주세요.)
학교를 빠져나와 병실로 복귀합니다. 곤히 자고 있는 PC의 몸 위로 포개면... ... ...
아침입니다. 간밤의 일들이 모두 꿈인 것만 같네요. 오늘 특별한 일정은 없습니다. 밤이 될 때까지 병실에서 기다려도 좋고, 산책을 다녀와도 괜찮습니다.
(진행 정보 : 만약 학교로 가겠다는 PC가 있을 경우 꼬장꼬장한 수위 아저씨가 외부인을 안으로 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저지합니다. 그럼에도 들어가려는 PC가 있다면... 경찰을 불러주세요!ㅜㅜ 산책을 나간다는 선언이 있을 경우 병원 주변을 가볍게 돌 수 있으며 낮에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습니다. 혹시 MPC를 만났던 도로에 가본다는 선언 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말 해주세요. 지금은 영혼 상태가 아니니 볼 수 없습니다!)
(산책을 다녀왔을 경우) 병원 주변을 가볍게 걷고 식사를 마치니 어느 새 소등시간입니다. 오늘은 유령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그 전에 그 귀신을 만나지 않아야 할텐데...
(병실에서 하루를 보냈을 경우)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병실에 딸린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 당신은 저녁을 맞이합니다. 소등시간이군요. 오늘은 유령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어제 그 귀신은 아직도 그 자리인 걸까요?
4. 잊어서는 안 될 이름
어둠이 내려앉은 밤, PC는 또 다시 여행을 시작합니다. 어제 그래도 한 번 와봤으니 곧장 도서관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위치는 잘 알고 있는 걸요. 계단을 타고 무사히 2층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문제의 도서관 안에 들어서면... ... ... 휴! 일단은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서 빨리 찾고 나가는 게 좋겠어요. 외워두었던 졸업 앨범이 있는 책장으로 가서 다시 앨범을 살펴봅니다.
이 얼굴은 아니고... 얘는, 어? 비슷한가? 음... 다시 보면 안 닮은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앨범을 살펴보지만 아, 역시 모르겠네요. 이번에도 꽝인 것 같습니다. 다음 앨범을 펼쳐보는 순간, 어느 한 곳에 시선이 머뭅니다.
꼭 닮았습니다. 유령의 모습과요. (진행 정보 : 외모 묘사는 각 MPC에 맞게 수정 해주세요.)
예시 : 하얀 피부, 그와 대비되는 까만 머리카락... 공중에 나부끼듯 얇은 그 머리카락 하며 눈매와 콧날, 입술마저도 똑같습니다. 한 번 봤을 뿐인데도 확실합니다. 이건 그 유령의 사진이 분명해요. 이름을 살펴보면... MPC. MPC입니다.
유령의, 아니 MPC의 이름을 확인한 후 졸업앨범을 살피면, XXXX년 졸업이네요. 그렇담... PC와 동갑 아닌가요? 이 사실을 확인한 후 갑자기 머리가 꺠질듯이 아파옵니다. 아,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 ...
PC는 꿈을 꿉니다. 이게 꿈이라고 확신한 이유는,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이기 때문이지요. 아득할 정도로 쨍한 여름 하늘, 노랗게 만개한 해바라기. 그리고 귓전에 울리는 매미 울음 소리. 작은 PC의 손을 잡고 달리는 당신보다도 작은 손을 가진 그. 어느 순간 멈춰선 아이는 당신을 향해 일전에 했던 고백을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PC."
"몸이 멀어져도, 마음만 닿아있으면 바로 옆에 있는 거랑 마찬가지래."
"좋아해. 좋아해, PC. 나중에 다시 만나자. 내 이름 잊지 마?"
꿈은 여기서 끝났었죠. 그 아이가 이름을 말 하기 전. 내 이름은, 하고 꿈에서 깨기를 반복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득한 정신 속에서도 오늘만은 또렷하게 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내 이름은 MPC야. 잊으면 안 돼."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습니다. MPC? 방금 MPC라고 했나요? 착각인 줄 알았으나 다시 한 번 그 입술이 열리고 확실하게 뱉어냅니다. 내 이름은 MPC라고.
쨍한 여름의 하늘이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돕니다. 시야가 흐려졌다 밝아지기를 반복하고 수많은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MPC와 술래잡기를 하던 일, 평상 위에서 수박을 나눠 먹고 낮잠을 자던 일, 별들이 수놓아진 밤 하늘을 올려다 보던 일. 그리고 꼭 10년이 지난 후에 마을 입구 나무 아래 묻어두었던 타임캡슐을 열어보고, 새로 물건을 채우자 약속했던 일. 아아, 잊고 있던 어린 날의 친구입니다.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어땠나요. 즐거웠나요? 아니면 별 감흥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진행 정보 : 해바라기 밭을 걸으며 RP가 가능합니다. 다만 꿈속에 등장한 존재이고 PC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허상이니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의 깊은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허상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RP를 즐겨주시면 되겠습니다.)
잊고 있던 어린 날의 친구를 마주한 당신. 작은 어린아이던 MPC가 조금 자라납니다. 초등학생 즈음 됐을까요. 아이는 여전히 당신의 손을 쥔 채 해바라기밭을 걷습니다. 보폭이 조금 더 넓어지면 당신과 그는 중학생이네요. 걷고 걷고 또 걷다 보면 고등학생인 MPC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의 모습. 성인이 된 MPC의 모습이 시야에 가득합니다.
너는 이 나이에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구나. 중학생 땐 이런 얼굴이었고, 고등학생 땐 또 이런 얼굴이었구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MPC의 얼굴이 여전히 눈 앞에 선명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던 해바라기 밭도 어느 순간 사라져 그저 고요한 들판에 둘만 남겨졌습니다. MPC는 당신을 보며 웃고, 말을 건넵니다.
"이젠 기억 해줄 수 있지?"
당신이 어떤 대답을 하든 MPC는 웃으며 당신의 눈을 감깁니다. 아득했던 해바라기밭이 스치고, 눈을 뜨면...
5. 기억의 조각
지겨울 정도로 화창한 낮입니다. 무슨 잠을 그렇게 자냐며 타박하던 PC의 가족은 이제 일어났으면 씻고 식사 할 준비를 하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자서야 원, 밤에 잠을 잘 수 있을까 걱정되는군요. 그래도 오늘은 유령, MPC에게 이름을 말 해줄 수 있겠습니다. 나이 또한 알아냈으니 이제 사망 원인만 알아내면 되는데... 심란하군요. 오랜만에 만난 첫사랑(혹은 친구)은 유령이 되었고, PC는 사고를 당해 병원 신세라니. 우선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겠습니다.
잊고 있엇지만 병원은 원래 이런 곳이었죠. 한없이 무료함을 시끄러운 TV로 달래고 있을 때, 누군가 병실 앞을 기웃거립니다. 나가볼까요?
(진행 정보 : 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노크를 하고 들어옵니다. 지금 찾아온 사람은 운동장에서 만난 PC의 어릴적 친구-또는 연장자, 동생-입니다.)
문을 열면 긴장한 모습의 남자(혹은 여자)네요. 별안간 얼굴이 환해지더니 당신의 이름을 뱉습니다.
"너, 역시 PC가 맞았구나? 나 임형택이야!"
(진행 정보 : 탁에게 공식적인 친한 선후배, 친구가 있는 경우 이름을 변경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그의 직업은 형사로 고정됩니다! 형택은 타지방에서 전출 왔기 때문에 MPC의 사고에 대한 건 알지 못합니다.)
임형택? 형택... 아! 이제 떠오릅니다. PC의 옆집에 살던 사람으로 PC와는 돈독한 사이였죠. 이렇게 아는 사람의 얼굴을 보니 괜히 반가운 것 같습니다. 임형택은 진심으로 당신을 반가워 하며 병실 안으로 들어와 캔을 따주며 웃습니다. 여긴 무슨 일로 온 거고, 병원엔 왜 입원했는지 말이에요. 그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진행 정보 :
<추리 판정 후 8 이상 성공>
성공 : 잠깐... 그의 직업이 형사라고 하지 않던가요? 도로가에 발이 묶인 채 죽어버린 MPC... 이건 사고사가 아닐까요? 혹시 사인에 대해 가닥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부탁이라도 한 번 해보는 건 어떤가요?
실패 : 혹시 임형택도 MPC를 알고 있진 않을까요? 어쨌든 한 동네에 살았으니... 그가 죽은 사실을 알고 있진 않을까요?
실패의 경우 MPC를 아느냐 묻는 PC에게 누구더라? 하는 반응입니다. 사정을 설명하고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해오면 마지못해 알겠다고 대답을 합니다.
임형택은 PC의 부탁을 받고 병실에서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복귀합니다. 그가 복귀를 위해 병원을 나설 때, 그래도 병원 1층까지는 마중을 나가야겠죠.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데려다 주고 PC는 병실로 돌아옵니다. 병실 문을 열기 전, PC의 동생(또는 언니/누나/오빠/형)과 어머니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네요. 들어볼까요?
<민첩 판정 후 10 이상 성공>
성공 : "안 그래도 정신 없는 애한테, 말 하지 마." "네, 알았어요."
실패 : "안 그래도... ... ..." "네, 알았어요."
PC가 병실에 들어가 이를 추궁할 경우 시치미를 떼며 잘못 들은 거라고 대답합니다. 그들은 피곤할테니 일찍 쉬라며 병실에서 나섭니다.
어느덧 창틀엔 붉은 노을이 걸렸네요. 저 해가 지고 나면 어김없이 밤이 찾아오겠죠. 오늘은 MPC에게 찾아가야겠습니다. 그리고 나를 기억 할 수 있겠냐고도 물어볼 수 있겠죠. 밍숭맹숭 무슨 맛인지 모를 밥을 삼키고 여상스레 세안을 마친 PC가 침대 위로 누우면 소등시간입니다. 시계 바늘이 작은 소음을 내고, PC는 눈을 감습니다. 깊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 ...
6. 달빛 아래 산책
그 어느 때보다도 상쾌한 밤입니다. 공기조차 맑은 그런 날입니다. 하늘을 날아 MPC가 기다리고 있을 그 곳으로 향합니다. 평소에도 가볍던 발걸음은 오늘따라 더욱 가볍군요. 저 하늘의 달도 휘영청 밝습니다.
밤 하늘을 익숙하게 날던 PC는 어느덧 MPC 앞에 도착합니다. 지루한듯 뚱한 표정으로 도로 중앙에 앉아있던 MPC는 당신을 보자 얼굴에 화색이 도는군요. 자, 이제 두 가지 진실을 말 해줄 타이밍입니다.
"왔어? 뭔가 알아낸 거야?"
(진행 정보 : RP 시간입니다. MPC에게 이름과 나이를 가르쳐주면, 잠시 어지러운듯 하더니 기억이 돌아옵니다. MPC는 지금부터 어린 날의 첫사랑이 PC임을, 두 사람은 알고 지냈던 관계임을 상기해냅니다. 그리고 자리에 딱 붙어 움직일 수 없던 상태인 MPC는 발이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스스로 걸을 수는 없으며 PC가 손을 잡아주거나 이끌어주어야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MPC, 맞아. 내 이름이야... 이제야 생각 났어. 고마워 PC."
두 가지 진실을 알게 된 MPC는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물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제 남은 건 사망 원인인데, 이 또한 금방 알 수 있겠죠. 오늘 밤에 혼자 해야 할 일은 아마도 없습니다.
그 때, 자리에서 허우적거리던 MPC가 다리가 떨어졌다며 호들갑을 떱니다. 겨우 다리가 떨어진 정도로 저렇게 기뻐하는데... 순간 PC가 봐왔던 밤 하늘 풍경이 떠오릅니다. 반짝이는 별들과 풀벌레 소리, 그리고 은은히 빛나는 달까지. 하늘에서 바라보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죠. 이렇게 된 거 MPC와 산책을 즐겨보는 건 어떤가요?
(진행 정보 : 그저 손을 잡고 산책하는 RP 구간입니다. 적당히 스루 가능하며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ㅋㅋ 그러나 후반부 스토리 진행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악귀는 만나시는 쪽으로 개변을 추천합니다.)
(산책을 나가는 경우) 당신은 MPC의 손을 잡습니다. 당연하게도 전해지는 온기는 없어요. 그럼에도 마음만은 포근한 느낌입니다. 지친 도시 생활에 만난 어릴적 친구는 마음에 위안이 되니까요.
당신과 MPC는 밤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어릴 적 읽었던 피터팬이라도 된 기분이에요. 팅커벨의 도움은 없었지만 당신은 웬디의 손을 잡고 공중을 납니다. 세계에 온전히 둘만 남은 기분입니다.
MPC는 당신의 손을 잡고 빙그르 돌기도 하며 즐거운 듯 웃음을 터트립니다. 달 아래에서 추는 춤은 어떤 기분인가요? 까만 하늘을 수 놓은 별들도 당신의 눈동자만큼 영롱하진 않을 겁니다. 한참을 웃고 떠들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깁니다.
한참 하늘을 걷는 중, MPC의 표정이 일순 굳더니 다른 길로 가자고 잡아 당기네요. 저기 저 붉은 빛은 뭘까요?
"저건, 아마도 악귀일 거야. 영혼의 색을 보면 알 수 있어. 이성은 없는 채 눈에 보이는 건 전부 해치려고 하기 때문에 마주치면 위험해. 먹힐 수도 있고..."
"너도 돌아다니다가 저런 걸 만나면 싸울 생각 하지 말고 무조건 도망쳐. 얽혀봤자 도움될 거 하나 없으니까..."
(악귀는 나중에 어떻게 되냐 묻는다면) "뭐, 이승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니 벌을 받게 되지 않을까? 사실 나도 잘은 몰라. 나 말고 다른 귀신을 만나본 적은 없거든..."
그렇게 말 하는 MPC는 어딘가 슬퍼보입니다. 자신이 죽었음을 다시 한 번 자각했기 때문이겠죠. 묵혀왔던 이야기를 한껏 풀어놓고, 밤 하늘을 걷다 보니 곧 동이 틀 것 같습니다.
당신은 MPC를 원래 있던 자리에 데려다 줍니다. 다시 한 번 인사 할 시간이군요. 아마 다음에 만날 땐 당신이 그에게 사망 원인을 가르쳐 줄 거고, 그렇게 되면 이별이겠네요. 아쉬운 마음이 들 수도 있고 후련한 마음이 들 수 있겠습니다. 밝게 웃는 MPC는 당신에게 손을 흔듭니다.
"잘 가, 다음에 또 봐. 내 이름 잊지 마."
어딘가 익숙한 그의 말을 듣고 있자면... 아, 몸이 가벼워집니다. 깰 시간이 다 됐네보네요. 안녕, MPC.
7. 외로운 해바라기
내내 날이 좋더니, 오늘 창문을 바라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흐리기만 합니다.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던 PC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몸이 무겁고 으슬으슬한 게 감기기운이라도 있는 걸까요. 유체이탈 외에는 딱히 무리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만...
이 때,
<민첩 판정 후 10 이상 성공>
성공 : 협탁 옆을 지나치다 아슬아슬 올려져있던 접시를 툭 칩니다. 접시는 협탁 뒤에서 핑그르르 돌다 아래로 떨어지는군요. 크게 깨진 접시 조각에 하마터면 다칠 뻔 했습니다.
실패 : 협탁 옆을 지나치다 아슬아슬하게 올려진 접시를 툭 칩니다. 접시는 협탁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큰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납니다. 설상가상으로 접시를 치우려다 손까지 베였군요. 손 끝에 붉은 핏방울이 굵직하게 맺힙니다.
아침부터 이런 일이 생기니 괜히 불안하기만 합니다. 별일 아니겠지만, 늘 날씨가 맑을 수는 없는 거지만... 이상하게 불안합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PC, 당신을 감싸고...
뒤숭숭한 오전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기이하게 이어지는 적막. 이상하게도 오늘은 PC의 가족도,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 적막을 깬 건 다름아닌, 당신의 휴대전화로군요.
액정을 확인하면... 예상 했나요? 임형택입니다. 핸드폰은 계속해서 울립니다. 당신은 전화를 받습니까?
(받을 경우) 망설이던 PC는 결국 전화를 받습니다. 여보세요? 하는 말 뒤에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야, 인마.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너 근데... 뭐가 걱정인 거야? 찾아보니까 합의도 잘 했더만. 인마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고... 아무튼, 그... 누구더라. 아, MPC 걔 친 거 죄책감 때문에 그런 거면..."
예?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이해 할 수 없는 낱말들이 공중에 흩어집니다. 죄책감이라뇨. 친 거라뇨? 한참 대답 없는 당신에게 들려오는 말은 이 모든 의심을 확신으로 바꿉니다.
"뭐야, 너 기억이라도 잃은 거야? 인마 차 사고 낸 거 너잖아!"
머리가 아파옵니다. 깨질듯이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습니다. 핸드폰을 쥔 손엔 힘이 풀리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핸드폰. 주워야 하는데, 정신이 자꾸만 아득해집니다. 눈 앞이 까맣게 흐려집니다.
...
...
...
8. 검은 달 파란 하늘
(진행 정보 : 그 날 사고를 꿈으로 보는 파트입니다. 진상에서 운전자를 PC가 아닌 PC의 가족으로 설정한 경우에는 스크립트 개변이 필요합니다.)
그 날은 유난히 흐린 하늘이었습니다. 안개도 짙었고, 무언가 이상한 날이었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당신은 운전에 익숙하고, 잠도 충분히 잤으며 이제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도로를 달립니다. 포장된 길을 달립니다. 라디오에서는 DJ가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고 있고 네비게이션을 따라 무난하게 도로를 달립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달려오는 불빛이 이상합니다. 중심이 흔들리고 아주 빠르게 다가오는 빛. 가까이 오는 그 차는 대형 덤프 트럭으로, 저 차에 치였다간 목숨을 잃을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핸들을 꺾었습니다. 밤이니 아무도 없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요. 눈을 뜨면 끼이익, 하는 듣기 싫은 소리보다 먼저 들어온 건 놀란 듯 당신을 바라보는... ... ... MPC입니다.
MPC의 몸은 공중으로 붕 떴다 아래로 처박힙니다. 머리에선 붉은 선혈이 쏟아지고 벽에 박은 당신의 차는 그대로 에어백이 터집니다. 온 몸이 아파옵니다. 사람을 쳤다고. 구급대든 신고든 해야 할텐데, 아... 정신이 혼미합니다.
지독한 악몽 속에서 눈을 감았다 뜨면, 하얀 천장입니다. 이 천장은 분명 병실 천장이었죠.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돌아보면 걱정스레 당신을 바라보는... 가족들이 보입니다.
일어나자마자 사건의 경위를 묻는 당신에게 가족은 울면서 고해합니다. (진행 정보 : 되도록이면 저널을 통한 RP로 전달 바랍니다.) 그 날 음주운전으로 거리를 달리던 덤프 트럭이 당신의 차를 칠 뻔 했고, 어쩔 수 없이 핸들을 꺾은 당신은 인도에서 걸어가던 MPC를 쳤다고요. 일어난 당시에 아무 기억도 없는 걸 보고 차라리 다행이라 느꼈고, 가족 측엔 이미 보상과 합의를 마친 상태라고 말합니다.
그래요, MPC가 죽은 이유. 그를 죽인 사람은 다름아닌 PC, 당신입니다.
당신은 세 번째 진실을 알아냈습니다. 유령의 이름은 MPC, 당신의 옛 친구(혹은 첫사랑), 마지막으로 사망 원인은 다름 아닌 당신입니다.
9. 해바라기의 꽃말
허탈합니다. 그토록 찾아왔던 MPC 사망의 원인이 당신이라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미 그는 죽었으며, 그 사고의 가해자는 당신이라는 겁니다.
당신은 마을을 걷고, 또 걷습니다. 많이 변했지만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엔 둘이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오락을 하던 작은 슈퍼가 있었고, 저 쪽 집에서는 강아지를 구경하곤 했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해바라기 밭 앞에서는 달리기 시합을 하기도 했었고, 그의 집 앞에서 땅따먹기도 했었죠. 동네 어르신 댁 앞을 기웃거리다 수박을 얻어 먹기도 했으며 당신의 집 앞 마당에 누워 별을 보며 꿈을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엔 꼭 몰라도 괜찮은 진실들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요. MPC의 죽음이 꼭 그러한 진실인 것 같습니다. 머리 위로 비가 내립니다. 머리가 젖습니다. 볼을 타고 흐른 물줄기는 아래로, 아래로... 흠뻑 젖은 당신은 어느 새 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정처없이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린 모양이네요.
<관측 판정 후 10 이상 성공>
성공 : 시선 끝에 한 나무가 닿습니다. 뿌리 쪽 뭔가 돌로 표시해둔 것 같은데... 아, 기억 났습니다. 저기는 MPC와 당신이 타임캡슐을 묻었던 자리네요. 저 돌로 표시해둔 기억이 납니다.
실패 : 시선 끝에 한 나무가 닿습니다. 세월을 증명하듯 나무는 굵고 단단해 보이네요. (진행 정보 : 실패의 경우 추리 판정을 추가하여, 상기 정보를 전달해 주세요! 성공치는 10 정도로 합니다.)
10년 후에 같이 열어보기로 했는데. 그리고 새로운 추억을 담고, 그 다음 10년에도 같이 함께 하기로 했었는데. 고향을 떠나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던 당신은 잊을 수밖에 없었겠지만요. 한 번 파볼까요?
(땅을 팔 경우) 창피한 줄도 모르고 손으로 그렇게 땅을 팝니다. 비가 와 땅이 물러진 탓에 그리 힘이 들진 않네요. 구덩이를 파고 있는 순간에도 비는 계속해서 내립니다. 당신의 몸을 적시고, 눈가를 적시고, 손을 적시고...
어느 순간 손 끝에 무엇인가 걸립니다. 빠르게 땅을 파보면, 단단한 상자 하나가 나옵니다. 우리가 묻었던 상자는 아닌데, 이건 뭘까요. 상자를 열고자 한다면 쉬이 열립니다. 안을 열면 보이는 것은, 낡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과 다이어리네요.
<낡은 폴라로이드 사진>
해바라기 밭에서 활짝 웃고 있는 어린 날의 당신과 MPC입니다. 지난 세월을 그대로 맞은 듯 낡았네요. 사진 속의 MPC는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햇빛은 뜨겁게 내리 쬡니다. 사진 위로 물방울들이 흩어집니다. 어린 당신의 얼굴에 떨어진 물줄기가 쉴 새없이 아래로 떨어집니다.
<다이어리>
겉에 MPC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아마도 그는 10년 후 정말 찾아와 혼자 열어봤던 거겠죠. 다이어리를 열어보면, 이건 일기입니다. 언제부터 썼던 건지는 몰라도 짧은 문장으로 그의 삶을 살펴볼 수 있겠네요.
달력을 넘겨보면 당신의 생일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습니다. 당신이 없던 그의 삶을 살피면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일, 아버지의 폭력, 집안 사정이 기울어져 고등학교 진학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 너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구나. 그렇게 지냈구나. 일기를 펼치면 종종 당신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PC는 요즘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나를 아직 기억 해줄까. 일기장의 잉크가 물방울에 의해 번집니다. 얼룩덜룩 엉망이 된 다이어리는 당신의 손에서 그렇게 젖어만 갑니다. 당신을 그리던 MPC, 그리고 진실을 말 해야 하는 당신.
밤이 되면 MPC를 찾아가 진실을 고할 수 있겠죠. 당신은 진실을 고할 수 있습니까? 문득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 MPC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죽은 자의 영혼이 이승의 질서를 해치면 악귀가 된다고 하던가요. 당신은 확신 할 수 있습니까? 자신이 꽃다운 나이에 죽은 이유가 PC 당신이라고 하면 그가 정말 당신을 해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당신의 믿음은 어디까지입니까.
이제, 당신이 선택 할 시간입니다. 당신의 안위를 담보로 그에게 마지막 진실을 전할 것인지, 혹은 이대로 떠날 건지. 당신이 이대로 떠난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겁니다. 아무도 비난 할 수 없어요. 오직 당신만이 지고 갈 영원한 비밀입니다. 자, PC. 어떻게 할 건가요?
(진행 정보 : 엔딩분기입니다. 이대로 묻는다->엔딩 1, 진실을 밝힌다. 10번 파트로 넘어갑니다.)
10. 한밤의 칸타타
비에 홀딱 젖은 당신은 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보았던 하늘은 어땠나요. 비는 어느 새 그친 뒤였습니다.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병원에 돌아온 당신은 씻고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마칩니다. 이어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어김없이 소등시간입니다.
불이 꺼진 병원 천장을 바라보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MPC에 대한 죄책감에 가슴이 죄어 올 수도 있고, 혹은 담담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이런 감정은 오늘로 마무리 되어야겠죠. 눈을 감습니다. 째깍째깍 시계 초침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고 눈을 뜨면... 곤히 잠든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병원 창을 통해 걷습니다. 어쩐지 오늘 보는 이 밤하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가 왔던 탓인지 뺨에 닿는 밤 공기가 유난히 차갑습니다. 폐부 가득히 들어 차는 공기에 속이 차분해집니다.
차라리 도착하지 않았다면 편했을까요. 시간이 영영 멈췄다면 괜찮았을까요.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 저 멀리서 당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MPC가 눈에 들어옵니다.
MPC 앞까지 다가가면 기대에 가득 찬 MPC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마도 당신이 마지막 비밀을 알아낸 거라고 확신하는 눈치입니다. 자, 이제 결심한 대로 마지막 진실을 전할 시간입니다.
(진행 정보 : 기본적으로 MPC는 이해 하는 쪽으로 작성 했으나... 본인의 캐릭터가 극대노 할 거라고 예상 되는 분들은 엔딩 2번으로 진행 부탁드립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MPC의 표정은 어땠나요. 어딘가 시원해 보이기도, 또 허탈해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에 당신을 마주하는 얼굴은, 아. 여전합니다. 여전히 당신을 향해 부드럽게 웃습니다.
(진행 정보 : 상기 스크립트는 상황에 따라 개변 가능하며 예시로 적어두었습니다. 마지막 RP 구간입니다. 밤 하늘을 걸으며 대화를 나눠주시고 PC를 병원까지 데려다 주세요.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 RP를 즐겨주세요!)
마지막으로 같이 걸어주지 않겠냐며 손을 내미는 MPC입니다. 모든 진실을 알아내서일까 그는 어떤 행동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당신이 MPC의 손을 잡는다면, 기분 탓일까요. 마주 잡은 손이 따스합니다.
달과 별을 배경으로 마지막 춤을 춥니다. 춤과도 같은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맞잡은 두 손은 단단합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그의 손에 당신을 의지한 채 한참 걸었습니다. 걷고 또 걷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꿈속에서 봤던 해바라기 밭은 이제 당신 발 아래에 있습니다.
"있지, PC. 해바라기의 꽃말을 알아?"
"해바라기의 꽃말은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도 있지만, 기다림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어."
"그러니까, 너와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너는 언제나 내 태양이었으니까."
그렇게 말 하는 MPC는 당신의 손을 놓습니다. 아, 정말 이별의 시간이 도래했군요. 병실 앞까지 걸어온 MPC와 당신은 공중에서 한참을 마주 봤습니다. 생과 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들 하던가요. 당신과 MPC에게도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하는 것만 같습니다.
정신이 자꾸만 흐려집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진 건 비단 당신 뿐만이 아닐 겁니다. 애써 눈물을 참는 MPC는 당신의 눈을 조용히 감겨주고...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닿습니다.
"좋아했어, 내 어린 날의 여름."
->PC의 자결 선언이 없는 이상 엔딩 3번으로 이어집니다.
Ending 0. 지루한 일상의 끝
이건 전부 꿈일 겁니다. 그게 아니면 설명 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눈 앞의 이것도 전부 환영일 거예요. 몸으로 돌아가 눈을 감고... ... ...
아침입니다. 역시 지난 밤의 일들은 모두 꿈이었나봐요.
시간은 더디게 흐르더니 어느 새 퇴원 날이 됐습니다. 아득한 여름날의 하늘은 오늘도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또 청명하군요. 이런 식의 휴일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본의아니게 푹 쉬게 된 꼴입니다.
당신은 차를 타고 멀리 달립니다.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해바라기 밭이 아름답네요. 무엇인가 잊은 것 같지만 생각나지 않는 걸 보니 중요한 건 아닐 겁니다. 아닐 거예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지루한 일상을 끝내고, 그보다 더 지루했던 당신의 나날들로.
MPC 사망, PC 생환
Ending 1. 영원의 굴레
속이 울렁거립니다. 정말 내가? 나만 살기 위해서?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PC는 완전한 가해자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피해자도 아니죠. 이 사실을 어떻게 말 할 수 있을까요. 말 하지 못합니다. 말 할 수 없어요.
진실은 때론 독이 됩니다. 오늘 알게 된 진실이 그렇겠죠. 언젠가, 아주 먼 훗날에 MPC는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은 MPC에게 모든 것을 말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더는 꿈을 꾸게 되지 않았어요. 해바라기 밭도, MPC도 이젠 가물가물합니다. 시간은 덧없이 흘러 당신의 퇴원 날이 다가왔습니다. 짐을 챙기고 차를 타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내달립니다.
지겨운 해바라기가 이어집니다. MPC의 얼굴이 잠시 떠올랐지만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고독만이 당신과 함께합니다. 언젠가 잊을 수 있겠죠. 안녕, 내 어린 날의 청춘.
MPC 사망, PC 생환
Ending 2. 태양을 등진 해바라기
모든 말을 마친 당신에게 그 어떠한 말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MPC? 그의 이름을 불러보면... 아.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당신을 향해 내뿜고 있는 건... 명백한 살기네요. 분노로 가득한 MPC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끔찍한 꼴이 되고 맙니다.
MPC의 원래 얼굴조차 남아있지 않은 꼴로 당신을 향해 저주섞인 말들을 내뱉으며 다가와요. 너만 아니었으면, 하필 네가 오지만 않았어도. 날카로운 손톱으로 당신을 공격하려는 순간, 어떤 힘에 의해 저지됩니다.
온 몸에 붉은 사슬이 감긴 MPC는 절규합니다. 고막을 찢을듯 날카로운 비명 속에서 당신은 어떤 감정을 읽었나요. 명백한 살의가 담긴 MPC는 이제 선량한 사령이 아니니, 이승에 남아있을 수 없습니다. 지옥으로, 지옥으로 끌려갑니다. 살고 싶었어. 나도 숨 쉬고 싶었어. 왜 하필 너야, 왜 너야... ... ... 원망 섞인 울음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시간은 덧없이 흐릅니다. 몸을 완전히 회복한 PC는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답고도 섬뜩하네요.
태양을 등진 해바라기는 어떻게 되던가요? 시들어 툭, 떨어진 꽃잎이 순간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어딘가 익숙합니다. 지저분하게 뭉개진 꼴이...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이제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습니다. 안녕, MPC.
MPC 소멸, PC 생환
Ending 3. 다시 한 번, 달빛 아래에서
모든 일들이 여름밤의 지독한 꿈같이 느껴집니다. 다시 만난 MPC, 그와 밤 하늘을 걸었던 일, 사고의 가해자가 당신이라는 것. 그리고 이제 완전한 휴식을 맞이했을 마지막 그의 모습까지.
이 빌어먹을 병원 천장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는데요. 당신은 울었나요, 혹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나요. 그와의 마지막은 어땠습니까. 당신은 후련할 수도 있고, 그저 지나간 시간이 야속할 수도 있겠습니다.
MPC와 그렇게 헤어진 후 당신은 단 한 번도 유체이탈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죽었나 싶을 정도로 깊은 잠을 자는가 하면, 또 어느 날은 해바라기 밭의 MPC를 만났습니다. 꿈을 꾸고, 낮에 일어나고. 반복되는 지겨운 시간에도 끝은 찾아오기 마련이죠.
퇴원 날짜가 된 당신은 병원을 떠납니다. 옷까지 전부 갈아입은 당신은 병원 복도를 걸어요. 깜빡, 깜빡. 점멸하는 형광등에 맞춰 걸음을 걷다 보면 급히 뛰어오는 간호사의 말이 귓전에 울립니다.
"선생님! 지금 MPC 환자 깨어났습니다. 의식 선명하고 눈까지 떴어요!"
생각을 하지 않았나요, 혹은 그럴 시간도 없었나요. MPC라는 이름에 먼저 반응한 건 머리가 아닌 몸이었습니다. 심장 박동이 빠르게 뜁니다. 목끝에서 심장이 뛰는 것처럼 숨이 턱끝까지 차오릅니다. 도착한 병실 앞은 어수선합니다. 여러 의료진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입니다. 기계로 숨을 연명하던 그 사람은... 당신이 만났던, 당신과 걸었던, 당신과 헤어졌던 MPC입니다.
다리에 힘이 풀립니다. 목끝까지 차오른 말들은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나요. 흐린 시선 앞에서도 MPC, 그 하나만은 온전한 모습을 취합니다. 꿈에서나 봤던 그 웃음이네요. 여상스러운 웃음을 짓던 MPC는 입을 열고 당신에게 힘겨운 한 마디를 전합니다.
"내 이름, 기억 하고 있어?"
MPC, PC 생환
_Epilogue
병실 안으로 환한 달빛이 쏟아집니다. 바람은 당신의 뺨을 간지럽히고, 봄바람보다 살랑이는 MPC의 숨결이 당신에게 먼저 닿았던가요. 당신의 발등 위로 내려앉은 그의 발이 못내 사랑스럽습니다.
음악은 필요 없습니다. 조곤조곤 대화를 이어가는 당신과 MPC의 목소리면 충분하니까요. 쏟아지는 달빛 아래 당신과 MPC는 춤을 춥니다. 그 누구도 방해 할 수 없고, 온전히 상대를 소유할 수 있는 밤이 지나갑니다. 이제는 선명합니다. 기억할 수 있습니다. 부를 수도 있습니다. MPC, 그의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들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홀로 밤을 지새우던 날은 끝이났습니다. 흐린 기억도, 눈물도 전부 노래에 묻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집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지평선을 넘어 우리는 마침내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게 된 겁니다. 당신과 나. 우리는 다시 한 번 춤을 춥니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달빛 아래서 춤을요.
*에필로그의 경우 생략 가능합니다.
Ending 4. 속죄
아, 그래요. 난 살아있으면 안 됩니다. 소중한 MPC의 목숨을 앗아가고 행복한 나라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죠.
모든 것을 고해한 나는 병원 옥상으로 향합니다. 아득했던 내 여름날도 이렇게 끝을 보는 걸까요.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모든 기억이 스친다고들 하던데 사실인가봅니다. 여름날 하늘과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해바라기 밭, 그리고 그 끝에는... MPC가 서있습니다.
당신은 죽어서도 그를 만나지 못할 겁니다. 연옥보다도 어두웠던 삶을 뒤로한 채 눈을 감습니다. 이제 더는 꿈을 꿀 수 없게 되었네요.
모든 건 여름의 꿈이었던 거로 해요.
MPC 사망, PC 사망
후기
안녕하세요, 세리입니다. 무사히(?) 두 번째 자작룰 시나리오를 작성 하게 되었네요. 생각보다 짧았던 백수 생활을 청산하고 직장과 병행하며 작성한 첫 시나리오입니다. 나잇타의 경우엔 밤에 운동 겸 하천을 걷다 문득 떠오른 주제로 작성했어요. 원래 제목도 다른 거였고 ㅋㅋ 예쁜 시나리오 카드 만들어 주신 지인 살구 님과 많은 도움 주신 분들, 그리고 후레 앤오를 견뎌주신 앤오님들, 마지막으로 시나리오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전합니다.
간단한 시나리오 후기 링크 남겨두고 갑니다. 즐겁게 플레이 하셨다면 작성 부탁드려요. https://forms.gle/5UVDKfqBYMAhv2o7A
나잇타 외에도 여름 시나리오 하나 더 배포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시나리오 배포 때 뵐게요! 코로나 때문에 뒤숭숭한 요즘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7.07 세리 올림.